[언론보도][주간동아] 한국 화장품 흉내 낸 짝퉁을 어이할꼬

중국의 여러 기업이 첨단산업 분야에서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했지만 아직 ‘Made in China=저가 또는 짝퉁’이라는 인식이 걷히지 않고 있다. 관세청이 2016년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 한 해 동안 수입통관 단계에서 적발된 지식재산권 침해물품 가운데 중국에서 수입된 것이 91%로 압도적으로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품목별로는 가방류와 신발류, 의류·직물류, 완구·문구류 순으로 많았다.

국내로 수입된 ‘짝퉁’ 말고도, 중국 내에서 유통되는 짝퉁의 규모는 가늠하기조차 힘들다. 중국 주요 도시에는 관광객을 대상으로 유명 브랜드의 의류와 가방을 본뜬 짝퉁 제품을 판매하는 짝퉁시장이 별도로 형성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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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바 플라자 매장에서 비중이 가장 큰 화장품류는 단역 마스크팩이었다. 마스크팩을 전문적으로 주문·생산하는 한 매장 관계자는 “중국 소비자들이 한국 마스크팩을 무척 좋아한다”며 엄지를 들어 보였다. 다른 화장품류에 비해 마스크팩 제조와 유통에는 상대적으로 돈이 적게 들어 한국산을 표방한 마스크팩이 중국 화장품시장에 진출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목욕용품을 전문으로 판매하는 한 매장에서는 ‘려안 세가’라는 북한 맞춤법의 한글을 써놓은 제품을 진열, 판매하고 있었다. 중국 화장품 도매시장에서 엉터리 한글이 쓰인 화장품들이 이처럼 버젓이 진열되고 있는 까닭은 뭘까. 김건필 상무는 “한글이 쓰여 있는 것을 보고 한국 제품이겠거니 지레짐작해 구매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글을 읽고 그 뜻까지 파악할 수 있는 중국 소비자가 얼마나 되겠습니까. 고가 제품의 경우 꼼꼼히 따져보고 사지만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마스크팩이나 목욕용품은 큰 고민 없이 구매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글 뜻을 잘 이해하는 한국인 눈에는 ‘엉터리’로 보이겠지만 중국 소비자 눈에는 ‘한국산’으로 보일 수 있다는 상술이 횡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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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에 QR코드가 담긴 라벨을 부착해 소비자가 직접 정품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한 것이 어느 정도 효과를 거두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QR 인증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요즘 중국시장에서 가장 인기 있는 브랜드 중 하나인 닥터자르트의 경우 특수라벨을 사용해 소비자가 정품 여부를 직접 확인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육안으로는 검게 보이지만 라벨에 휴대전화 플래시를 비추면 형형색색 빛을 내는 기능과 숨어 있던 문양이 플래시 움직임에 따라 이동하는 기능이 그것이다.

김 상무는 “한국산을 표방한 유사 제품이 난립하면 시장 확대의 혜택이 한국 업체에 돌아오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산 제품의 지식재산권 침해를 막으려면 가품과 유사품 유통을 적발하는 노력 못지않게 한국산 정품 제품임을 중국 소비자들이 손쉽게 확인할 수 있는 특수보안라벨 부착 같은 방법이 효과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라벨과 포장지를 진품과 똑같이 만들어 팔면 소비자들이 제품을 구매해 사용하기 전에는 진품과 가품을 구분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 중국 광저우가 짝퉁 제품의 온상으로 여겨지게 된 이유는 진품을 모방한 짝퉁 제품은 물론, 짝퉁을 진품처럼 보이게 만드는 포장지와 라벨까지 생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광저우시 남단에 위치한 하이주구 석계에는 포장지와 라벨을 만드는 인쇄소가 밀집한 인쇄거리가 있다. 인쇄거리는 자동차가 지나가면 흙먼지가 일 정도로 도로 곳곳이 낙후돼 있었다. 인쇄소 건물에 진열된 다양한 라벨만이 꽤나 오래된 인쇄거리였음을 짐작게 했다. 이곳에서는 짝퉁 라벨과 포장지가 무분별하게 인쇄돼 한동안 ‘짝퉁의 온상’으로 여겨져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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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고 노후한 인쇄거리는 도시재생을 통해 변신할 채비를 서두르고 있었다. 인쇄거리 한쪽은 이미 리모델링을 끝내고 참신한 디자인으로 세계시장에 진출하려는 ‘완구 스타트업’이 들어서 있었다. 짝퉁 천국의 오명을 벗고 스타트업의 요람으로 거듭나려는 중국의 노력은 광저우 인쇄거리의 변신에서부터 느낄 수 있었다.


출처 : https://weekly.donga.com/3/all/11/1712384/1